달팽이의 별을 보았다.
언젠가부터 부쩍 특정한 검색어로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. 검색어는 “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”, 해당 글은 같은 제목의 이 글로, 2007년에 이승준 감독의 TV 다큐를 보고 소개했던,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이었다. 몇 번 그냥 넘기다가 하루는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, 아이쿠. 글쎄 이 감독님의 새 작품이 극장에 걸렸다는 소식. 게다가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아 여기저기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모습.
그때부터 꼭 보러가리라, 게다가 왠만하면 GV가 열릴 때 가서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지만, 바쁜 일정과 복잡한 마음에 시간만 보내다가 이제사 여유를 찾고 극장을 뒤져보았다. 다행히 아직 걸려있는 곳이 있어서 서늘한 저녁바람 쐬며 영화를 보러 갔다.
[달팽이의 별]. 제목도, 등장인물도, 화면도, 나래이션이 극히 절제된 채 인물에 빠져들게 하는 사운드도, 모두 기대했던 이승준 감독의 느낌 그대로였다. 그러고보니 꼭 10년 전, 그것도 5월이었으니 바로 이 즈음이었구나. 아무것도 모르면서 용기만 샘솟아서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쏘다니며 아시아의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함께했던 때.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,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생각했다. 달팽이처럼 느리게, 오래오래 사람을 바라보는 이승준 감독의 이후 작품을 느긋이 또 기다려야겠다.


